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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45분, 알람이 울렸다. ⏰
잠결에 눈을 떴다. 손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향했다. 여느 때처럼 침대 옆에 놓인 스마트폰을 잡고 화면을 켰다. 그런데 그 순간, 스마트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오늘도 나야?" 📱
나는 잠시 당황했다. 분명 아침인데 아직 덜 깬 걸까? 하지만 그 목소리는 확실했다. 스마트폰이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매일 아침이면 나부터 찾는 거, 슬슬 지치기 시작했어. 밤새 충전하라고 꽂아놨으면 최소한 아침에는 한숨 돌릴 시간이라도 줘야 하지 않겠어?"
나는 멍하니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침대에서 눈 뜨자마자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밤새 충전시켜 놓은 걸 당연하게 여겼다. 내가 아무런 대꾸도 못 한 사이, 스마트폰이 이어서 말했다.
"오늘은 조금만 나를 덜 봐줘. 하루 종일 내 화면을 쳐다보면 나도 힘들어. 그리고, 꼭 이렇게 급하게 알람 끌 때마다 나를 세게 흔들어야 해?" 😅
나는 웃음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알람을 껐다.
8시 30분, 책상에 앉았다. 🪑
아침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출근할 시간. 늘 하던 대로 노트북을 켜고, 책상에 앉아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책상도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봐, 오늘도 이렇게 묵직한 서류랑 커피 잔을 올려놓을 거야?" ☕
책상이 말을 걸어왔다. 나도 모르게 올려둔 책더미와 커피 잔을 힐끗 바라봤다.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미안, 오늘 처리할 일이 많아서... 조금만 참아줘."
"너는 참아달라는 말을 하겠지만, 나도 감정이 있다고. 한 달 전부터 네가 올려둔 이 서류들, 한 번도 정리된 적이 없잖아. 그 위에 커피 잔까지 올려놓으면 난 늘 무거운 짐을 지는 거나 다름없어." 😓
나는 순간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책상 위에 정리되지 않은 서류가 쌓여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아무 생각 없이 물건을 올려놓곤 했다. 책상이 평소에 이런 불만을 품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나는 서류를 조금 치우고 커피 잔을 들었다.
"됐어,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군. 하지만 서류 정리는 나중에 꼭 해줘."
9시 15분, 의자가 대화를 시작했다. 💺
의자에 앉아 몇 분 지나지 않아, 등 뒤에서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또 몇 시간 동안 나를 짓누를 생각이지?"
의자가 불만을 토로했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뒤를 돌아봤다. 의자는 매일 나를 견디고 있었지만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었다.
"너는 8시간 동안 나를 계속 짓누르잖아. 그리고, 가끔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의자를 움직이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너한테 힘들게 맞춰야 해. 너는 늘 나한테 앉아서 네가 편한 대로 하잖아. 나도 쉼이 필요해." 😩
나는 의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매일 앉아 작업하느라 의자를 한 번도 배려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미안해, 오늘은 자주 일어나서 스트레칭할게." 🙆♀️
10시 00분, 모니터의 눈부심. 🖥️
모니터를 켜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모니터가 불쑥 대화를 끼어들었다.
"그만 좀 다크 모드를 써줄래? 눈을 아낀다고 해도, 나도 내 역할이 있거든. 내가 어두워지면 너도 화면을 제대로 못 볼 때가 있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니터를 쳐다봤다. 사실, 다크 모드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화면이 어두워서 잘 안 보일 때가 많았다.
"맞아, 네 말이 맞아. 그런데 눈 보호 때문에..."
"그러니까 절충점을 찾자고. 다크 모드 말고도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조금 밝게 해 주면, 나도 더 열심히 네 작업을 도울 수 있어."
나는 설정을 열어 밝기를 조정했다. 그 순간 모니터는 흡족한 듯 소리를 멈췄다.
11시 20분, 키보드와의 대화. ⌨️
타자를 치고 있던 도중, 키보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또 하루 종일 나를 두드릴 생각이구나."
나는 멍하니 키보드를 바라봤다. 매일 열심히 타자를 치다 보니, 키보드가 내 손 아래서 많이 고생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나도 쉬고 싶은 순간이 있단 말이야. 특히 너는 항상 같은 손가락으로 같은 키를 반복해서 두드리잖아. 그러면 나는 너한테 더 빨리 지치게 돼." 😟
나는 키보드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답했다.
"그래, 너도 힘들겠지. 미안해. 오늘은 조금 더 천천히 타이핑할게."
12시 30분, 마우스가 끼어들다. 🖱️
점심을 먹고 다시 자리에 앉았을 때, 마우스가 말을 걸어왔다.
"오늘은 조금만 나를 살살 다뤄줄 수 없을까? 클릭할 때마다 나를 세게 누르는데, 나도 아프다고."
나는 깜짝 놀라 마우스를 바라봤다. 사실, 급할 때마다 마우스를 세게 누르는 습관이 있었다.
"미안해, 생각도 못 했네. 앞으로는 더 신경 쓸게." 👍
마우스는 만족스러운 듯, 부드럽게 움직였다.
하루 동안의 사물들과의 대화는 마치 내 일상 속에서 그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였다. 우리는 종종 우리 주변의 사물들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그들의 존재를 잊곤 한다. 오늘 하루만큼은 내 주위의 모든 사물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그들에게도 조금씩 배려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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